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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금빛여정 2011. 8. 20. 21:06


  

 

    

 

 
8월은
오르는 길을 잠시 멈추고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번쯤 온 길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달이다.

8월은
산등성 마루턱에 앉아
한번쯤 하늘을 쳐다보게 만드는
달이다.

오르기에 급급하여
오로지 땅만 보고 살아온 반평생,
과장에서 차장으로 차장에서 부장으로
아, 나는 지금 어디메쯤 서 있는가,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케 하는 달이다

오세영 시인의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