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지도 않았습니다.
마음이 괴로운 날에는 오래 오래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사람이 그리운 날은
강가에 서서 혼자 울다가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리라 기도 하였습니다. 그대를 만나고
부터는 그리움의 산이 무너지더라도 그대가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습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들이 그대와 나 사이에 다시
생겼습니다. 그대 내 곁으로 오시는 날
혼자서는 필 수 없는 꽃들을 그대 가슴
안에서 보았습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으로 나누어서
언젠가 떠나야하는 걸 알면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고 있습니다. 내 몸 안에서
뜨겁게 껴안을 때 내 몸은 당신의 감옥이 되고
어쩌다가 울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어느새 헌 못자국처럼 녹슬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빗소리를 들으면서도 당신이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고 당신 눈동자의
외로운 눈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풀잎이 옆구리를 쿡쿡 찔러도 당신은
내 몸 속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도 당신을
잊으려고 바닷가에 왔는데 어느새 당신은
내 옆에 와서 슬며시 앉아 있습니다.
더 늙어가기 전에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헌 의자를 비워두고 저녁 바람을
마시며 음악을 틀어놓고 나의 슬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당신의 꿈 속에서 나는 살고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들은 느리게 지나가도
아직도 사랑은 끝이 오지 않습니다.
늘 푸르지 않아도 부드러운 당신의
나무처럼 가장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때때로 삶이 까닭도 없이 서러워지거나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에는
해운대 동백꽃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세상에 내어줄 것이 많아서 갈매기들이 인생의
모래밭을 날고 있는데 부질없는 사랑을
하기 위해 나는 살아온 것이 아닌지
뒤돌아보고 있습니다. 삶은 늘 슬프지만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밤새 파도소리는
나를 지우려고 달려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습니다. 늘 가슴 한 쪽이 비어 있는
사람들은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별이 되는데
해운대의 밤바다를 보지 않은 사람하고는
인생의 슬픔을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봄날 제비꽃이 인간의 바다를 열고 있는데
여기에 무엇을 더 채워야 행복하겠습니까?
무엇을 더 잃어야 사랑을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해 뜨는 곳에서 당신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입니다.
비 오는 날 빈 손에 우산을 받쳐주거나
하늘이 두려워 어두운 밤에 죄를 씻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처럼 물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 할수록 눈물부터 나는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낙동강
강물보다 고통이 많은 사람입니다.
한없이 절망의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외로워서 남몰래 우는 사람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글/ 권 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