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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서(戀書)/이기은

금빛여정 2010. 3. 13. 14:46

연서(戀書)/이기은

삶에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당신 참으로 아름다웠소
어떤 꽃도 당신 앞에선
웃지 못 할 만큼 그리 예뻤소.

봄바람 일렁이더니
그 여름 왔고
대지를 익혀버릴 듯
태양 내려 쪼이더니
너른 들판에
알곡 여물게 하고는 그 여름 갔소.
스산한 바람 한 점
하늬바람인가 했었소.

그 바람이
인생의 가을을 알리는
첨병이었나 보오.
그 가을 한 가운데
우리가 있는 듯싶소.

눈가에 생긴 몇 줄의 연륜
귀밑머리 조금은 하얗게 변했소.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아름다움을 해코지 하진 못했소.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소.
겉모습뿐만 아니라
속까지 꽉 찬 아름다움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하오

그런 당신을 사랑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