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에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에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에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함석헌 시인의 <산> 이었습니다.
쉽게 알 수가 없었지요.
산처럼 둘러 감싸고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믿는다는 수많은 약속을 하기보다는
그저 바라만 봐 주는 것이
얼마나 속이 넓어서인지, 깊어서인지 말이죠.
말없음표 안에 들어있는 그런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멀리에... 없는 듯 보여도 늘 크게 자리한
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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