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짧은글

*** 산

금빛여정 2010. 3. 20. 21:56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에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에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에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함석헌 시인의 <산> 이었습니다.



쉽게 알 수가 없었지요.

산처럼 둘러 감싸고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를,

믿는다는 수많은 약속을 하기보다는

그저 바라만 봐 주는 것이

얼마나 속이 넓어서인지, 깊어서인지 말이죠.

말없음표 안에 들어있는 그런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당신은 멀리에... 없는 듯 보여도 늘 크게 자리한

산이었습니다.

 


If You Go Away / Terry J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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