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호승님의 시

바닥에 대하여...

금빛여정 2012. 7. 13. 17:29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바닥과 싸우며
살아간다.
각기 처한 세계와 삶의 바닥이 다 다르므로,
누구도 다른 사람의 바닥에 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닥에서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래 이야기 할 수 있다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
바닥을 딛고 굳게 일어선 사람들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우리의 과거이거나 현재이거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닥은 또 다른 바닥과 연결되고,
바닥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를 깊이
연민하고 소통한다.
시가 그를 돕는다
            (김수이 문학평론가 :동아일보 연재)

 

 

글 -    정호승

삽입곡 - Minor Blue / David Da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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