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7월 4일
휴일 늦은 오후 장맛비가 내린 후 봉제산 산책길에 물안개 가득한
나무숲을 걸으며 물기를 머금은채 반짝이는 나뭇잎과 풀잎, 꽃잎의 싱그러움을 폰카로..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 세수하고 목욕하고 양치질하고
멋을 내어보는 이 몸뚱이를
'나'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이 육신을 위해
돈과 시간, 열정, 정성을 쏟아 붓습니다.
예뻐져라, 멋져라, 섹시해져라,
날씬해져라, 병들지 마라, 늙지 마라,
제발 죽지 마라.
하지만 이 몸은
내 의지와 내 간절한 바램과는 전혀 다르게
살찌고, 야위고, 병이 들락 거리고,
노쇠화되고, 암에 노출되고,
기억이 점점 상실되고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가 내 것인가?
자녀가 내 것인가?
친구들이 내 것인가?
내 몸뚱이도 내 것이 아닐진대...
누구를 내 것이라 하고
어느 것을 내 것이라고 하던가?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만나고
흩어지는 구름인 것을
미워도 내 인연
고와도 내 인연
이 세상에서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고통인 것을...
피할 수 없으면 껴안아서
내 체온으로 다 녹이겠습니다.
누가 해도 할 일이라면
내가 하겠습니다.
스스로 나서서 기쁘게 일하겠습니다.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미적거리지 말고
지금 당장에 하겠습니다.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 쏟겠습니다.
운다고 모든 일이 풀린다면
하루종일 울겠습니다.
짜증부려 일이 해결된다면
하루종일 얼굴 찌푸리겠습니다.
싸워서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누구와도 미친듯이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 일은
풀려가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습니다.
내가 조금 양보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배려한 그 자리
내가 조금 낮춰 논 눈높이
내가 조금 덜 챙긴 그 공간
이런 여유와 촉촉한 인심이
나 보다 더 불우한 이웃은 물론
다른 생명체들의 희망 공간이 됩니다.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정말 고마움과 감사함의 연속입니다.
ㅡ 프란치스코 교황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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