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짧은글

*** 책꽂이를 치우며

금빛여정 2010. 3. 7. 01:25

 

 

 

 

 

 

 

 

 

 

 

책꽂이를 치우며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 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 근 등불을 지고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 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 도종환 님의 <책꽂이를 치우며> -


내가 가진 것들이 나를 막아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쌓여가는 나의 것들이

내 둘레를 높게 쳐버리면

다른 먼 곳이 잘 보이지 않게 되어

길을 잘못 들 수도 있게 됩니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으면

눈 앞에 든 등불을 조금 비껴보기도 하듯이,

복잡한 머릿속 때문에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에도

우리에게 속해있는 것 가운데 조금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동그란 창을 하나 내어 열어볼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Silver Threads Among The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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